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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은행 직원에 속아 신용카드를 만드신 어머니

벌새::Life

우리 어머니는 은행 밖에 모르시고 은행은 부처님을 믿듯이 신뢰를 하시는 분이십니다.

10월의 어느 날, 주거래 은행은 아니시지만 돈을 넣어둔 은행에 갔다오시더니 뜬금없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하십니다.

어머니 : 은행 직원이 돈도 많이 넣으시고 고객 신용도가 좋으셔서 카드를 하나 만들어 준데.

평소 어머니는 직불카드 하나 사용 안하시고, 각종 세금도 자동 이체를 극도로 꺼리시는 분이신데 이런 분이 갑자기 입에서 카드 이야기를 먼저 꺼내시는게 놀라웠죠.

단순히 카드라고만 말하시고 더 자세한 것은 아무 것도 모르시는 눈치였습니다.

어머니 : 직원이 카드를 만들면 다음 만기 때 자기가 알아서 이자를 더 높은 것으로 해준데.

어머니는 직원의 말 한 마디에 겉으로는 표현을 하지 않으시지만 좀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이전에도 포스팅을 하였지만 어머니가 이상하게 저런 것에는 매우 귀가 얇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일단 은행에 가서 자세히 알아보시고 어머니가 결정하시라고 조언을 해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은행에 가시기 전에 은행 직원이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통장을 하나 준비해야 한다며 무엇인가를 챙기는 것입니다.

저는 설마 자식들조차 신용카드를 만지는 것에 질색하시는 분이 직불카드나 체크카드 정도 아닐까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은행에서 돌아오신 어머니는 저에게 봉투 하나를 내보이시며 한 번 보라고 하시더군요.

표지에는 BC카드가 찍혀 있었고 봉투 안에는 황금빛깔의 신용카드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에게 "신용카드네요?" 하면서 묻자 어머니는 본인이 무엇을 받아왔는지 조차 잘 모르시는 눈빛이었습니다.

내용물을 살펴보니 연회비에 대한 설명 등 각종 혜택에 대한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카드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은행원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머니를 이용한 것 같다고 말하였습니다.

실제로 그 은행원은 어머니에게 연회비나 기타 신용카드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해 주지 않고 어머니에게는 그저 카드 만드시면 다음에 높은 이자를 받게 해 주겠다는 감언이설로 속인 꼴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많이 실망을 하셨는지 다시 받아오신 봉투에 카드와 기타 내용물을 넣으시고 다시 은행으로 가시더군요.

얼마 후 돌아오신 어머니는 이러시는 겁니다.

어머니 : 은행에 가서 막 따졌다. 그랬더니 은행원이 신용카드는 만드셔도 사용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가위로 신용카드를 잘라서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BC카드에 등록된 부분은 전화를 해서 사정을 말했으니 어차피 사라진 카드는 사용하지 않고 1년이 넘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참 싸가지 밥 말아 먹은 은행원이죠!

어머니가 그것으로 만족하신다니 제가 더 이상 말을 꺼내면 어머니는 마음 속으로 얼마나 후회하시면서 지내시겠습니까? 그래서 그냥 덮었습니다.

그 후 몇 일이 지나자 어김없이 BC카드사에서 어머니 이름으로 꼬박꼬박 각종 편지를 보내시는 겁니다.

저는 어머니가 보시기 전에 조용히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작은 도시에 살다보면 각종 나이든 어른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는 소위 약장사 같은 집단이 주위에 상주를 하다시피 합니다. 그들만 무서운게 아니라 은행 같은 금융기관조차 나이드신 어머니 같은 분들을 상대로 이렇게 사기나 치면서 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니 참 씁쓸합니다.

다음에 계약이 만기가 될 쯤에는 어머니에게 은행에 가서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라고 할 생각입니다.